라인업
나의 RF렌즈로 찍은 작품과 실제 사용 후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장비보다 ‘화각’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50mm, 28mm, 24mm, 85mm, 200mm… 렌즈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그만큼 결과도 달라지죠. 그래서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렌즈로 세상을 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여러 화각을 오가다 보니 결국 제 손에 가장 오래 남았던 건 35mm였습니다. 도시의 차가운 풍경을 담을 때도, 숲속에서 빛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순간을 포착할 때도, 35mm는 자연스럽게 장면 속으로 다가가게 합니다. 24mm처럼 왜곡이 과하게 드러나지 않아 부담이 없고, 50mm처럼 좁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풍경이나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할 때, 35mm는 오히려 사람의 시야와 가장 닮아 있어 사진을 다시 보더라도 그때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35mm는 다루기 쉬운 렌즈는 아닙니다. 넓지 않은 듯 넓은 프레임 안에 거리의 선들, 사람들의 움직임, 건물의 형태, 앞·중·뒤의 모든 구도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주제를 명확하게 잡지 않으면 사진이 쉽게 산만해집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뭘 찍으려 했지?” 싶은 애매한 사진들도 꽤 있죠. 그래서 저는 35mm를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어려운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렌즈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35mm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올해, 오랫동안 기다린 캐논 RF 35mm F1.4 L VCM을 구입했습니다. 2024년에 출시된 이 렌즈는 RF 시스템에서 처음 나온 본격적인 35mm F1.4 L 단렌즈라 기대가 컸습니다. 막상 써보니 무게는 555g, 길이는 99mm로 생각보다 훨씬 컴팩트해서 하루 종일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부담이 없습니다. 카메라 다이얼 대신 렌즈에서 직접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는 조리개 링도 있어서 촬영 흐름이 더 손에 잘 붙습니다. 화질도 기대 이상입니다. f/1.4에서도 중심부는 이미 또렷하고, 한두 스톱만 조이면 프레임 전체가 균일하게 선명해집니다. 무엇보다 이 렌즈의 AF는 VCM과 Nano USM 두 모터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 정말 빠르고 조용합니다. 거리 스냅처럼 순간적인 장면을 잡을 때도 반응이 빠르고, 촬영하는 동안 초점 잡히는 소리가 거의 없어 사용감도 좋습니다. 결국 이 렌즈는 제가 좋아하는 35mm의 매력을 가장 편안하게, 가볍게, 높은 화질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렌즈라고 느꼈습니다. 여행이든 일상이든, 오늘 가볍게 하나만 챙긴다면 저는 이 렌즈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카메라에는 오랫동안 이 35mm 렌즈가 물려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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